2013. 10. 02. 수요일 이작가 7. 캔디와 영희 그리고 제삼의 남자 오전 10시 30분, 채권추심원 김철수는 우체국에서 업무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다. 다른 추심원들은 모두 채권회수를 독촉하기 위해 전화를 붙잡고 있었다. 옆자리의 장재완 대리가 외근을 나간 터였다. 그 외에 달리 철수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철수도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곧장 제 자리에 앉았다. 아침에 출력해 놓은 채무자 명단을 살펴보며 어디까지 전화를 돌렸는지 확인하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철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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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9. 25. 수요일 이작가 6. 추심원과 채무자의 동거 철수는 성실했다. 채권추심원의 하루는 언제나 바빴다. 정신없이 채무자에게 전화를 걸어 빚을 독촉했다. 하루에도 수백 통의 등기를 조회했고 우편물을 발송하는 데 실수하지 않으려고 간을 졸였다. 때로는 채무자를 추적하는 선배들을 따라 나갔다. 채권추심법 제9조에 따르면 오후 9시 이후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의 야간에는 채무자를 방문하거나 반복적으로 전화를 하는 등 빚을 독촉하는 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그 덕분에 추심원이 밤 9시를 넘겨서 야근하는 일은…
2013. 09. 11. 수요일 이작가 5. 채권추심원의 탄생 이제 어떻게 하지? 그때 게시판에 붙어 있는 채용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채권관리 업무 신입사원 모집’ 자연스럽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갈 구실이 생겼다. 철수는 가까운 피씨방을 찾아가 이전에 만들어 놓았던 이력서를 출력했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았다. 아침에 면도를 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검정색 점퍼에 체크 셔츠와 면바지 차림은 그런대로 깔끔해 보였지만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구직자 같이 보일까? 그 건물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모두…
2013. 10. 21. 월요일 알려지지 않은 주시자 1. 사형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가 기사를 세 개 정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미국에서 얼마전에 집행된 사형 장면을 담은 기사. 연합뉴스 2013년 9월 11일 민간인 77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살인범이 오슬로 대학의 강의를 듣는다는 기사. 경향신문 2013년 9월 13일 마지막으로 중국을 분노하게 한 어느 노점상의 안타까운 사형 집행. 경향신문 2013년 9월 25일 나는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엄격하게 제한된 사형 집행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첫 번째 기사에…
2015. 04. 09. 목요일 펜더 42살(이제 43살이다). 두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 파더' K형을 무미건조하게 설명한다면, 이렇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는 '초인'이다. 11살, 9살 두 딸을 데리고 홀로 사업을 하는 K형. 그를 볼 때마다 문득문득, '이혼이란 걸 두려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란 생각이 든다. 그가 자영업을 한다는 사실(골프채를 수입하는 사업을 하다 정리를 했고, 요즘은 정체불명의 '뭔가'를 수입한다. 수입은 그럭저럭 대기업 과장~차장 사이의 연봉을 챙기는 것 같지만, 자세한 것은 모른다)이 그가…
2015. 03. 02. 월요일 펜더 1. '사랑에 빠지는 일은 두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화학반응이며, 그 증세는 정신병과 아주 유사하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 '사랑은 종의 존속을 성취하기 위해 인간을 상대로 벌이는 지저분한 술수다.' -서머셋 몸- '인간은 사랑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생물' -에리히 프롬- 사랑에 대한 인류학자, 소설가, 사회심리학자의 말이다. 하나씩 설명해 볼게. 우선 과학적인 측면에서 헬렌 피셔의 연구 결과를 보자면, 사랑에 빠지는 경우의 뇌 상태는 코카인을 흡입하는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는…
2015. 02. 23. 월요일 펜더 “섹스를 결혼에서 제외시켜야 해. 나 역시 결혼을 고민했던 여자는 ‘섹스’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었어. 동 거를 몇 번 하니까 알겠더라. 내가 아직 감정적으로 열려있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섹스 때문에 여자의 얼굴이나 몸매 같은 걸 결혼의 고려항목으로 생각한다면 지옥이 열리는 거지. 그게 얼마 못 간다는 걸 동거생활 동안 확인했거든.” G형은 단호히 자신의 의지를 천명했다. 그럼 섹스를 생각한다면 무어란 말인가. “업소” 그의 말을 빌리자면 섹스만을 선택할 땐 업소를 선택하는 게…
2015. 02. 16. 월요일 펜더 G G형은 내가 만나 본 몇 안 되는 '자유인'이다. 46살의 나이에 설치와 조형을 하는 미술작가인 G형. 그는 이제까지 딱 1번 결혼에 대한 유혹을 받았고, 딱 1번 진짜 사랑을 했었다. 그 딱 1번의 사랑을 할 때엔 결혼까지를 진지하게 고민 했었다. 그러나 그는 돈 안 되는 '미술'을 하는 형이다. "걔(사랑을 나눴던 여자)가 결혼을 하고 나서 유학을 가게 됐어. 그때 그 눈 오는 날 밤에 내게 달려왔지. 분위기상... 그날 같이 섹스를 해야 했거든. 근데... 그렇더라고, 그날 했다간 우리…
2015. 02. 11. 수요일 펜더 J J는 사업을 한다. 고졸 출신이지만, 일찍 사회에 뛰어들어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제법 탄탄한 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다 직원으로 만난(J 회사의 경리였다)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3명의 딸을 두고 있다. 그는 아내와 딸들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J의 경우는 건강상의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는 간경화를 앓고 있다. 비활성이라 진행을 늦추는 건 가능해도 완치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20대 때 이미 간경화 판정을 받아 ‘내일’을 걱정하며 살았다. 그는 미친 듯이 돈을 벌었고,…
2015. 02. 02. 월요일 펜더 주의 1. 남자, 가장의 입장에서 바라본 지극히 주관적인 주장임을 밝혀둔다. 2. 동문회 이후 그 날 참석한 이들, 그리고 그 이후에 정보취합을 위해 주변 남성들과 인터뷰를 빙자한 술자리를 연속으로 가졌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상당부분 감정의 과잉이 묻어나와 있기에 이 부분은 최대한 걷어냈다. 3. 전업주부의 가사노동과 육아에 대한 가치를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건 아니다. 다만, 미생의 명대사 중 하나인, "회사가 전쟁이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다." 란 대사로 남자들의 입장을…
2015. 01. 29. 목요일 펜더 시작하기 전에 1. 이 기사는 필자와 필자 주변 지인들의 주장과 푸념을 기반으로 한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이다. 이들이 사회적 대표성을 가지고 책임있는 발언을 한 것이 아니므로 지극히 개인적인 주장과 감상이란 것을 유의하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2. 여성들과 전업주부들에 대한 폄훼의 의도는 없으며, 여성 폄하나 남녀차별을 염두에 두고 작성한 글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이 기사는 어디까지나 3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몇몇 '남성'들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여기에 어떤…
기사 기사 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전체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교육 역사 취재 리뷰 국제 환경 우주 만물 신변 잡기 만평 만화 교습 강좌 이너뷰 정체 불명 [역사]역추정 한반도 고대사2: 강대국 백제, 어떻게 멸망했나 2016-04-01 16:20 추천23 비추천0 이번 회에서는 7세기의 백제(AD 600~660)에 대해서 한번 자세히(?) 추정해보기로 하자. 그러기 위해선 아이러니하지만 백제가 부여까지 밀려나서 부여백제를 이루게 된 과정을 되돌아봐야 한다. 1. 백제의 전성기, 위례백제 3~5세기 무렵,…
한반도의 고대사에 대해서는 사실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상고사에 대해서는 그나마 12세기, 고려 시대에 편찬된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제대로 된 최초의 역사서이니 할 말이 없다. 주로 중국의 역사서, 일본의 역사서에 의지하거나 삼국사기 이후의 역사서들에 의지해서 한반도 고대사를 설명하다 보니 앞뒤가 안 맞거나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은 편이다. 삼국시대에 고구려, 백제, 신라의 흥망성쇠에 관한 내용은 이미 국내 사학계에 의해 정설이 굳어진 상태이고, 그 내용은 정확한 사료나 고고학적 증거로 밝혀진 것이 아니라 삼국사기와…
이 연재는 반 세기를 역사의 변두리에서 살아온 필자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뜻을 지닌 민초들이 지난 반 세기를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되었습니다. 한국을 떠나다 나는 내 생애 한국을 탈출(?)하려고 3번의 시도를 했다. 첫 번째 시도는 월남에 근무 하던 1972년에 박정희가 유신을 선포한 것을 알고 나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은 한국에 돌아가서 살 수가 없다고 판단해서 캄보디아로 도망을 가려고 준비를 했었는데 부대가 철수를 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친 사건이었다. 두 번째 시도는 1986년도에…
이 연재는 반 세기를 역사의 변두리에서 살아온 필자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뜻을 지닌 민초들이 지난 반 세기를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되었습니다. 1993년의 미국 방문 계기 1993년 어느 날 160cm가 될까 말까 한 아담한 체구를 가진 초로의 신사가 찾아와서 아들의 결혼식 주례를 서달라고 부탁했다. 어떤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주례를 부탁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네 가정을 이해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주례를 서줄 만한 사람을 찾다 보니 나를 찾게 되었다며 평범하지 않은 가족사를…
2013. 09. 04. 수요일 이작가 4. 신입사원 모집 공고 아침 10시, 오늘 입금을 약속한 채무자의 명단과 입금 예정액을 과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철수는 한 시간 동안 단 한 명의 약속자도 확보하지 못했다. 아침 일찍 이미 이달 약속한 금액을 입금해준 할머니가 있었으나 이후에 입금을 약속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약속자가 없다고 보고하는 시간은 철수에게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아침부터 자신의 무능함을 실토하고 상사의 질책을 듣는 일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사실 채권추심은 추심원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2013. 08. 28. 수요일 이작가 3. 돈 냄새를 맡는 남자 “고객님. 고객님이 그러니까 가난한 거예요. 그러니까 돈을 못 갚는 거야. 무슨 비가 와서 일이 없어? 나가면 다 일이 있지. 일 안 하고 술 먹고 그러다 빚은 언제 갚아? 고객님이 그렇게 사니까 평생 빚을 못 갚지.” 장재완은 고객님, 고객님, 소리를 섞어 가며 채무자의 감정을 심하게 자극했다. 저편에서 뭐라고 항의하는 것 같았지만 장재완은 자기 할 말을 마치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런 쓰벌 놈.” 장재완이 고객님에게 미처 하지 못한 한 마디를 툭…
2013. 08. 21. 수요일 이작가 지난 기사 채권추심원 김철수의 하루 <1> 2. 집중 독촉 시간 와이캐피탈의 사무실은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독촉장을 인쇄하고 복사하는 프린터와 복사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채무 관련 서류를 출력하기 위해서 네 대의 프린터를 가동하며 하루에 1만장 이상을 출력했고, 업무시간이 끝나고도 인쇄물 출력을 걸어 놓고 퇴근하는 날이 많았다. 철수는 와이캐피탈에서 근무한 뒤로 프린터에 A4 용지가 남아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철수는 종종 사무용 프린터가 갑자기 멈춰버리는 상상을 했다.…
2013. 08. 14. 수요일 이작가 작가의 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호는 모두 가상의 명칭을 사용했으며 사건의 전개에는 허구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의 인물이 벌이는 허구의 사건들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채권추심원 김철수의 하루를 통해 대부업계 노동자로서 채권추심원의 업무와 일상을 살펴보고, 그의 시선을 통해 경제적으로 최하층에 있는 채무자의 삶을 살펴보려 합니다. 또한 부채가 있거나 생길 가능성이 있는 독자에게는 채무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모색할 기회가 될 수도 있으리라…
그의 노래와 캐릭터가 공연장 무대 위에서 대중에게 곧바로 내리꽂힐 수 있었다면 그는 오늘날 무엇이었을까? 그러나 언론과 앨범을 통과해야 했던 과정에서 반사와 산란, 굴절과 간섭이 발생하고. 그 끝에 우리는 여러 장르를 능숙하게 다루는 보컬이자 수작 앨범들을 낸 프로듀서 지향 송라이터이자 최초와 최고 기록들을 지닌 공연연출가가 26년간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무대를 꾸몄음에도 왕년의 발라드가수로 남아있는 현상을 보게 된다. 38일차 팬이 풀어봅니다. 그가 왜 인정받지 못했는가를. 이번 화는 내 귀신 얘기로 시작해 그의 귀신 얘기로…
몇 회 안 남았지만, 팬일기를 기사화하지 말라는 공격적인 댓글에 대한 내 반응을 정리하고 넘어가련다. 해소될 필요가 있는 오해가 있어서. 첫째, 난 일기를 이렇게 잘 쓰지 않는다. 둘째, 난 일기를 쓸 정도로 팬심이 넘치지 않는다. 클래식과 포크만 들어온 자에게 락과 발라드 취향이 얼마만큼 계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승환씨 음악의 장르스펙트럼은 사실 락과 발라드로 양분할 수 없게 넓고 어떤 곡은 꽂혀서 반복하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매일같이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을지는... 세째, 그럼에도 그의 팬이나 비팬이 날 이승환씨의…
이 연재는 반 세기를 역사의 변두리에서 살아온 필자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뜻을 지닌 민초들이 지난 반 세기를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되었습니다. 1. 연재를 마칠 무렵 한국에서 ‘집도 교회도 없는’ 생활을 한 지 두 달째 접어들었다. 다행이도 한국에 세금을 납부한 실적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교회에서 생활비를 받을 때는 면세였고 교회를 떠난 다음에는 공식적으로는 무직이었음으로-국가의 혜택을 받아 지공거사(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고귀한 신분)가 되다 보니 한 때나마 아나키스트를 자처했던 것이…
이 연재는 반 세기를 역사의 변두리에서 살아온 필자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뜻을 지닌 민초들이 지난 반 세기를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되었습니다. 두 정치인의 죽음 몸은 비록 시드니로 떠나왔지만 마음은 한국을 떠날 수가 없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었을 때는 국내에 있는 사람들 못지 않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깨끗했던 사람이 부패한 대통령으로 낙인이 찍혀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비보를 접하고 황망한 가운데 임시로 우리 집…
2013. 11. 06. 수요일 이작가 흔적을 지워라 어떤 일을 해결해 나갈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그 일을 할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이다. 과도한 채무로 고통 받는 여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부유한 남자는 얼마면 되겠냐고 자신 있게 소리를 지를 것이다. 어떤 남자는 가여운 여자의 손을 잡고 다른 사람들이 찾아낼 수 없는 먼 곳으로 도망을 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남자는 그 여자가 돈을 빌린 회사에 들어가 바짝 고개를 숙이고 일하면서 여자가 빚을 졌던 흔적을 지워 나간다. 철수는 인터넷 공유기의 방화벽…
2013. 10. 30. 수요일 이작가 11. 빚독촉의 프로세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철수는 재빨리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전화를 받는 반사 신경이 발달했다. 벨소리가 들리기 직전에 전화기의 램프가 깜빡거리는데 가끔은 그 불빛을 감지하고 벨이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을 때도 있었다. 철수는 왼쪽 눈의 시력이 좋지 않은데도 전화기의 램프를 예민하게 느끼고 반응하는 자기의 몸이 신기했다. 전화를 건 남자는 대뜸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편물 좀 그만 보내. 김혜선 이제 여기 안 살아.”…
2013. 10. 23. 수요일 이작가 10. 매 맞은 여자 강남대로로 이어진 좁은 골목에 사무실과 학원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일대의 유동인구는 하루에 100만에 가까웠으니 점심시간이 되면 식당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로 거리가 혼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인파가 반으로 갈라졌다. 모세가 지팡이를 들고 홍해를 가르듯 한 남자가 여자의 머리채를 쥐고 수많은 행인을 가르며 걸어오고 있었다. 머리채를 잡힌 여자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눈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중년의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빠른…
2013. 09. 26. 목요일 펜더 기타, 사랑, 도끼칼, 술 3 윤민수 사범은 특이한 캐릭터로 가득 찬 고명관에서도 ‘이단아’였다. “검도는 기세에서 밀리면 끝이야. 훈련은 그 기세를 가다듬는 시간이고, 훈련 중에 목소리 내지 않는 놈은 검도할 자격이 안 된 놈이야.” “검력에 맞는 ‘폼’이 있는 거야. 유단자가 막도복 입고 다녀봐라. 지금 검도하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냐? 유단자면, 유단자에 맞는 ‘폼’이 필요해.” “기본이야. 기본만 지키면 검은 강해져. 체력훈련 빼먹지 말고, 후리기만 제대로 해도 기본은 갖게 돼 있어.”…
2013. 08. 01. 목요일 군사부장 펜더 기타, 사랑, 도끼칼, 술 2 0. 좌상단... 낯섦 “그때 창곤이가 완전 열 받았지.” “왜?” “(웃음)인사하고, 바로 머리 맞았어.” “바로? 창곤이가?” 효인이의 증언이다. “중단세 잡고 시합 막 하려고 했는데, 상대가 좌상단으로 나온 거야. 팔을 엇갈려 잡는데... 보이지도 않더라고, ‘빡’ 하는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리더라고. 창곤이 빡쳐서 두 판째에서 완전 개칼로 밀어붙였지. 그리고 세 판째에 다시 한 번 좌상단. 끝이었어.” 화성시 대회 직전에 있었던 대회에서 1회전 탈락을…
2013. 07. 23. 화요일 군사부장 펜더 기타, 사랑, 도끼칼, 술 1 미친 관장 : 시합은 전쟁입니다. 전쟁처럼 임하세요. 창곤 : (웃음) 첫 시합이라고? 야, 곡소리 한 번 나오겠는데? 지더라도 울지 마 형. 윤민수 사범 : (한숨) 중단세 잡고, 딱 버텨. 칼 날아오는 거 잘 보고... 그러면 혹시 몰라. 만경 : (느릿) 이기는 법? 나도 몰라. 찬종 : ...지더라도 울지 마라. 형이 술 사주께(아놔) 효인 : 형, 혹시 몰라. 형은 키가 크고, 힘도 세잖아? 그러니까 형은... 질 거야. 승진 : 형, 일단…
2013. 07. 18. 목요일 군사부장 펜더 지난 이야기 [나는 개칼이다 <1회>] [나는 개칼이다 <2회>] 일안 이족 삼담 사력(一眼 二足 三膽 四力) 처음부터 징조가 이상했다. 장마철의 습기를 한껏 배어 문 꿉꿉한 날씨, 숨만 쉬어도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검도관 안에 하나 둘 관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 급기야 열 세 명이 넘어갔다. 일주일에 3번 나오면 많이 나온다는 평가를 받는 곳에서 성인 관원의 반 이상이 모인 것이다. 징조가 이상했다. 한 바퀴 검이 돌고, 이 불안한(?)…
기사 기사 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전체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교육 역사 취재 리뷰 국제 환경 우주 만물 신변 잡기 만평 만화 교습 강좌 이너뷰 정체 불명 [박복규수전]나는 기독교인이다 2015-10-30 10:46 추천22 비추천0 나는 기독교인이다. 분쟁지역에 용감하게 선교를 떠나서 찬송가를 마구 부르는 대단한 교인은 못 되고, 그냥 예수님을 좋아한다. '삼위일체'라 지만 하나님은 왜 이렇게 낯선지! 거기다 김기춘과 이명박을 섞어 놓으셨을 것만 같아서 무섭다. (하나님, 죄송해요!) 하지만 예수는 다르다.…
기사 기사 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전체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교육 역사 취재 리뷰 국제 환경 우주 만물 신변 잡기 만평 만화 교습 강좌 이너뷰 정체 불명 [박복규수전]그녀들, 여자라서 슬펐다 2015-10-05 14:34 추천9 비추천0 장난으로 <박복규수전>이라는 이름을 붙이긴 하였으나 박복하긴요, 저는 유복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먹을 것이 모자라 굶어 죽기를 하나요. 며칠 전, 졸저 <육체탐구생활>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아직까지 저의 졸고를 모아 책을 내고자 하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합니다.…
기사 기사 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전체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교육 역사 취재 리뷰 국제 환경 우주 만물 신변 잡기 만평 만화 교습 강좌 이너뷰 정체 불명 [박복규수전]'오빠 못 믿느냐'고 말하는 오빠, 믿지 마세요 2015-09-11 14:20 추천12 비추천0 베이비 호구는 무럭무럭 자라서 주니어 호구가 됩니다. 17살 때 <네 멋대로 해라>라는 책을 썼어요. 뭔 재주가 있어서 그런 걸 쓴 건 아니고 어쩌다 운 때가 맞았죠. 이 책을 기억하시는 분이 혹시 계시다면 출세를 못 해서 죄송하게 됐다는 말씀밖에 못…
기사 기사 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전체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교육 역사 취재 리뷰 국제 환경 우주 만물 신변 잡기 만평 만화 교습 강좌 이너뷰 정체 불명 [박복규수전]프롤로그: 나는 박복한 년이다 2015-09-03 14:02 추천19 비추천-2 2015. 09. 03. 목요일 김현진입니다 살면서 호구 아니었던 사람 있으면 한번 나와봐라. 아니, 도로 들어가세요. 별로 보기 싫으니까. 세상 살다 보면 복 받았구나, 정말 귀티 나네, 싶은 사람이 가끔은 있다. 내가 마음이 덜컥, 하고 불편해질 때는 그…
2013. 10. 16. 수요일 이작가 9. 현지는 분홍빛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전은 점심시간을 기다리며 버티고 오후는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버티는 것이 노동자의 마음이다. 와이캐피탈의 채권추심원들은 오전 11시 30부터 12시 30분까지 밥을 먹는 1조와 오후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점심시간을 가지는 2조로 인원을 나누어서 밖으로 나갔다. 업무 특성 상 전화기 앞에 대기하고 있는 직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채무자의 전화가 가장 많이 걸려오는 시간은 점심시간 무렵이었기에 이때에는 독촉 전화를 걸기보다는…
2013. 06. 27. 목요일 독투불패 타데우스 프롤로그 인터넷을 뒤지며 독일의 녹색당을 연구하던 펭귄이 한마디 한다. "독일도 진보에 속한 사람들은 뭔가 외형적으로 세련되지 못하다." 맞다. 이게 인식이다. 진보진영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뭔가 꾸미는 것에 인색하다. 그에 대한 지적을 하거나 옳고 그름을 논하는 하찮은 일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어지러운 사회에서도 자기 살 길을 찾아 보겠다며 벙커원 미팅을 쫒아다녀 봐도 죽어도 안 생기는 우리 GRD ASKY(그래도 안 생겨요)족들을 위해 후까시 잡는 법 좀 서로 논의해…
2013. 07. 11. 목요일 군사부장 펜더 지난 이야기 [나는 개칼이다 <1회>] 붉은 끈 '산이다.' 서영봉 사범의 중단세를 본 첫 인상이다. 연습대련 할 때의 서영봉 사범은 언제나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는 신사였다. 대련 10바퀴를 돌아도 흐트러지지 않는 숨소리는 그의 트레이트 마크였다. 가끔 머리와 손목을 비워줘 우리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배려와 교육도 잊지 않았다. 미친 관장이 아버지라면, 서사범은 어머니였다. 그 어머니가 울부짖고 있다. “하아아아!” 산이 울린다. 4단과 4급, 검력 16년과 11개월, 모든…
2013. 07. 11. 목요일 군사부장 펜더 지난 이야기 [나는 개칼이다 <1회>] 붉은 끈 '산이다.' 서영봉 사범의 중단세를 본 첫 인상이다. 연습대련 할 때의 서영봉 사범은 언제나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는 신사였다. 대련 10바퀴를 돌아도 흐트러지지 않는 숨소리는 그의 트레이트 마크였다. 가끔 머리와 손목을 비워줘 우리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배려와 교육도 잊지 않았다. 미친 관장이 아버지라면, 서사범은 어머니였다. 그 어머니가 울부짖고 있다. “하아아아!” 산이 울린다. 4단과 4급, 검력 16년과 11개월, 모든…
2013. 07. 04. 목요일 군사부장 펜더 개칼인생 죽도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호완의 가죽이 이렇게 질척거리게 느껴진 적이 있었을까? 호면이 갑갑하다. 벌써부터 턱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소드아트 온라인>의 키리토? 호면을 쓰고도 그런 식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1년 가까이 호면을 썼지만, 시합에서의 시야는 언제나 과천 경마장의 경주마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딱 눈앞만 보인다) 시야가 좁아진다. 스노클링 장비를 잔뜩 짊어진 채 마라톤을 하는 느낌이랄까? 정면을 바라봐야 하는데, 시선은 이미 효인이의 검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노후화되던 LA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시울프급 잠수함을 찍어내던 시절. 미 해군은 전에 없던 새로운 ‘적’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냉전의 종식’이었다. 적대국이 있던 시절에는 입맛대로 취향대로 무기를 찍어낼 수 있었으나, 냉전은 끝났고 전장은 다변화됐다. 시울프급 잠수함은 너무 비쌌다. 바다에는 더 이상 미국의 적이 없었다. 머리 위에서 자신을 노려보던 매 대신 눈앞을 웽웽거리며 귀찮게 하는 파리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돈 먹는 시울프급 대신 저렴한 잠수함이 필요했다. 버지니아(Virginia)급 잠수함은 그렇게 탄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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