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보기 설정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오피니언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 깊게 듣는 사람 이슬아 작가 “너도 들었어?” 이것은 앞으로도 반복하고 싶은 말들 중 하나다. 나에게 이 말을 처음 건넨 건 정혜윤이다. 그의 책 <마술 라디오>에는 이런 문장이 쓰여 있다. ‘방송을 하다가 너무 좋은 말이 나오면 후배를 바라봐. 그리고 이렇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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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하기 보기 설정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오피니언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 ‘한 명’의 동물을 생각한다 입력 2021.08.30 03:00 이슬아 작가 돼지 한 마리가 죽었다, 라고 쓴 뒤 지우고선 이렇게 다시 써본다. 돼지 한 명이 죽었다. 그러자 문장 속 죽음은 내 안에서 더 크게 덜컹이는 사건이 된다. 두 개의 문장이 당신에게도 다르게…
공유하기 보기 설정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오피니언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 죽인 힘으로 살지 않겠다 이슬아 작가 “인간은 죽을힘을 다해 사는 것이 아니라 죽인 힘으로 산다.” <절멸>에서 옮겨 적은 문장이다. 정확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지목된 박쥐의 입장에서 쓰인 글의 일부다. 여기까지 말해놓고 나는 방금 사용한 ‘박쥐의 입장에서’라는…
공유하기 보기 설정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오피니언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 인터뷰하는 마음 이슬아 작가 긴 원고의 교정을 보며 지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새로 쓴 인터뷰를 모아 책으로 엮는 중이다. 수필집을 완성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체력을 쓰게 된다. 그렇게 품을 들이면서도 인터뷰라는 장르의 한계를, 나의 한계를 느끼고 만다.…
공유하기 보기 설정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오피니언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 모두의 존엄을 위한 차별금지법 이슬아 작가 누구나 삶의 어떤 순간에는 반드시 소수자가 된다. 어쩌면 생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젊거나 늙거나 어리다. 우리는 여자이거나 남자이거나 또 다른 성별일 수 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어떤 국가의…
공유하기 보기 설정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오피니언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 소를 먹지 않는 시민 이슬아 작가 소의 해를 살아가며 질문한다. 한국인은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소를 많이 먹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풍성한 대답을 해준 곳은 동물권 잡지 ‘물결’이다. 두루미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물결’은 이번 봄호에 소를 특별 주제로 다루며 식용우를 둘러싼…
공유하기 보기 설정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오피니언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 이토록 구체적인 가축 동물 이슬아 작가 동물이 무엇인지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나에게 동물은 강아지나 고양이나 길가의 비둘기였다. 혹은 영상 속 사자나 돌고래였다. 한편 치킨과 삼겹살과 사골 국밥이 동물이라는 것은 잘 실감할 수 없었다. 그것들은 제품에 가깝게…
공유하기 보기 설정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오피니언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 식습관이 날씨를 바꾼다 이슬아 작가 봄이 되었고 나는 모르는 얼굴들이 앉아 있는 교실로 들어간다. 글쓰기 수업 개강일이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본다. 누군가는 그들을 기후 세대라고 부른다. 다가올 기후 재난에 본격적인 피해를 입을 세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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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하기 보기 설정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오피니언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 동물을 마주하는 얼굴에 대하여 이슬아 작가 새해부터 조금 더 긴 칼럼 지면이 주어졌다. 이 지면에 ‘날씨와 얼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검정치마의 노래 가사처럼 “나는 날씨 얘기 하나만으로 충분하고 쉽게 편안할 수가 있는 그런 사이를 원했”으나 “마주 앉은 거리는 좁힐 수…
오피니언 직설 ‘부모’ 말고 ‘고아’ 말고 이슬아 작가 그동안 부모가 있는 세계의 이야기만을 주로 써왔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는 엄마와 아빠가 당연한 전제처럼 있었다. 부모 때문에 행복하든 불행하든 말이다. 지금은 그 전제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부모라는 말을 쓰기 전에 주춤하며 말을 고친다. 다양한 성별의 보호자, 다양한 형태의 가족, 가족 바깥의 사람도 포함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다. 이슬아‘일간 이슬아’ 발행인 글쓰기 교사 언어는 시대와 함께 살아 숨쉬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장혜영 의원이 시작한…
오피니언 직설 더 많이 보는 눈 입력 2020.12.01 03:00 이슬아 작가 가을이 다 지나가고 종강 시즌이 왔다. 마지막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에 입장하며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내년에 다시 만날 아이도 있지만 다시 못 볼 아이도 있다. 우리는 모두가 처음 맞닥뜨린 코로나 시대에 같이 진입한 이들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어수선하게 넘나들며 함께 쩔쩔매본 사이다. 소규모 교실에서 거리를 두고 마주한 아이들의 얼굴은 마스크로 반 넘게 가려져있다. 그래도 나는 그들 얼굴의 아래쪽을 잘 상상할 수 있다. 줌 화면을 통해서도 보았고,…
오피니언 직설 납작하지 않은 아픔 이슬아 작가 예전엔 별 생각 없이 썼으나 어느새 숙고하며 쓰게 된 말들을 생각한다. 나에게 그런 말들 중 하나는 투병(鬪病)이다. 투병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도록 도운 사람은 나의 친구 이다울이다. 이다울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정확한 병명이 없는 고통과 증상을 수년 동안 경험해온 사람이기도 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만성 통증과 우울증, 조울증 등의 기분 장애를 관찰하고 글로 쓰는 것은 이다울 작가의 주요한 작업 중 하나다.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 글쓰기 교사 그는 2018년부터…
오피니언 직설 만날 수 없을 땐 느낌이 중요해 이슬아 작가 가을마다 나는 교실의 창문들을 활짝 열어놓고 글쓰기 수업을 했다. 가을바람 냄새는 봄바람과 어떻게 다른지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늘하고 건조하고 낭만적인 그 냄새를 맡으며 아이들과 근황을 주고받았다. 가을에는 왠지 연애를 시작한 아이들이 많았다. 20분쯤 일찍 끝내주기도 했다. 교실에서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름다운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슬아‘일간 이슬아’ 발행인 글쓰기 교사 올해 가을도 물론 아름답지만 글쓰기 수업의 풍경이 예전과 같지는 않다. 모니터 화면으로 만나기…
오피니언 직설 청각 정보와 함께하는 글 입력 2020.09.08 03:00 이슬아 작가 ‘일간 이슬아’ 연재를 하며 구독자로부터 아주 많은 e메일을 받는다. 체력의 한계 때문에 모든 피드백과 요청에 응답할 수는 없으나, 수백 통의 메일 목록에서도 특히 중요한 이야기는 놓치지 않고 알아볼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시각장애인 구독자인 김 선생님의 이야기다.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 글쓰기 교사 2018년 겨울. 김 선생님과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시각장애인 독자가 내 글을 듣는 속도에 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김 선생님은 일반적인…
오피니언 직설 기후위기와 탈육식 이슬아 작가 지구물리학자 호프 자런의 신간 제목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국내 출간을 앞두고 사전 연재 중인 책이다. 자원이 한정된 지구에서 지난 50년간 인간이 누린 풍요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룬다. 땅과 바다와 하늘을 망쳐놓은 인류의 식생활과 소비생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구는 앞으로 더 빠르게 달라질 테고 우리는 결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풍요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 글쓰기 교사 호우가 계속되고 있다.…
오피니언 직설 남의 고달픔을 쓰는 연습 이슬아 작가 나를 키우는 사람들의 노동에 대해 써보자고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엄마나 아빠가 집 밖에서 그리고 집 안에서 하는 일들을 새삼 곱씹기 위한 글감이다. 한 아이가 노동이 뭐냐고 묻는다. 나는 노동이 무엇인지 대답한다. 모든 노동에는 고달픈 점이 있다고도 덧붙인다. 그러자 또 다른 아이가 고달픈 게 뭐냐고 묻는다. 이번에 나는 아이들 전체에게 되묻는다. “그러게. 고달프다는 건 뭘까?” 아이들은 질문한 아이에게 자신이 아는 고달픔의 속성에 관해 앞다투어 말해준다. “힘들다는 얘기야.”…
오피니언 직설 재능과 반복 이슬아 작가 열아홉 살 때는 재능에 관해 자주 생각했다. 글쓰기 수업에서 친구의 글과 내 글을 비교하다가 질투에 사로잡히는 시절이었다. 내가 더 잘 쓴 것 같다며 우쭐해지는 날도 있었지만 다음 주에 친구가 써온 새로운 글을 읽다보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낭패감이 들기 일쑤였다. 수업에서 우리는 정서적으로 엎치락뒤치락하며 매주 한 편의 글을 썼다.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 글쓰기 교사 나는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 궁금했다. 재능은 누군가를 훨씬 앞선 곳에서 혹은 훨씬 높은 곳에서 출발하게 만드는…
오피니언 직설 입체적인 타인들 이슬아 작가 어느 날 초등부 글쓰기 수업을 마치며 나는 칠판에 숙제를 적었다. 숙제의 글감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었다. 주위 사람들의 어떤 면모를 좋거나 나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하는 글감이었다. 일주일 뒤 아이들은 숙제를 제출했다. 아홉 살의 이안이는 자신의 친구 제하를 좋은 놈이라고 말하며 이렇게 썼다. “제하는 필요한 게 있으면 빌려주고 칭찬을 잘 해준다.” 반면 나쁜 놈으로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악당 볼드모트를 골랐다. “그는 죄없는 사람을 죽이고 고통을 준다.” 이상한…
공유하기 보기 설정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오피니언 직설 코로나 시대의 글쓰기 교사 이슬아 작가 ‘원격’ 글쓰기 수업에 관해 쓰는 날이 오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온라인개학’이라는 말을 아직도 SF 소설 용어처럼 느끼는 내가 그 개학을 책임지는 인력 중 한 사람이 된 것이다. 4월20일부로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540만명이 원격수업을 듣게…
오피니언 직설 몸의 일기 이슬아 작가 거울을 잘 보지 않던 아이가 문득 몹시 골똘한 얼굴로 거울 앞에 서는 날이 있다. 10대들의 교실에서 글쓰기 교사로 일하다 보면 그런 순간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자기 모습이 어떻게 보이든 별 관심 없던 시절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아이는 이제 자의식의 축복과 저주 속에서 한층 더 복잡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 눈에 비친 내 모습과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신경 쓰며, 내가 바라는 나와 실제 나 사이의 괴리를 수없이 느끼며 자라날 것이다. 누구도 그 변화를 늦추거나 멈출 수 없다. 글쓰기…
오피니언 직설 그날 입은 옷 이슬아 작가 어느 날 나는 ‘그날 입은 옷’이라는 글감을 칠판에 적었다. 내가 혹은 누군가가 어느 날 입고 있던 옷을 기억하며 글을 써보자는 제안이었다. 이따금씩 우리는 무엇을 입었는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을 겪는다. 그 하루는 왜 선명하게 남는가. 누구와 무엇을 경험했기에 그날의 옷차림까지 외우고 있는가. 이 주제로 모은 수십 편의 글 중에서 너무 서투른 옷차림이라 유독 기억에 남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스물다섯 살의 도혜가 쓴 글이다. 아직 한 번도 알바를 해본 적 없는 아이가 있었다. 열아홉 살의…
오피니언 직설 문장 속 자기 표정 ‘글투’ 이슬아 작가 하루는 글쓰기 수업에서 과제를 걷은 뒤 제목 옆에 적힌 아이들의 이름을 가려보았다. 그리고 과제를 마구 섞어버렸다. 그러자 글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기 어려워졌다. 이름 없는 여러 편의 글들을 칠판에 붙이고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각각 누가 쓴 것인지 맞혀보자고.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단번에 글의 주인을 찾아냈다. 같은 종이에 동일한 폰트와 형식으로 적혀있지만 모든 글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글쓰기 수업에 같이 다닌 몇 달 사이 서로가 쓰는 문장의…
오피니언 직설 먼저 울거나 웃지 않고 말하기 이슬아 작가 미국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장편소설 <올리브 키터리지>의 한국판 띠지에는 김애란 작가의 다음과 같은 짧은 추천사가 적혀 있다. “울지 않고 울음에 대해 말하는 법.” 이 한 문장 때문에 펼쳐보지도 않고 책을 샀다. 나 역시 울지 않고 슬픔에 대해 잘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올리브 키터리지>를 펼쳐들자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데니즈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이 소설은 데니즈의 상사이자 다정한 친구인 헨리의 목소리로 이렇게 서술한다. ‘봄이 왔다. 낮이 길어지고 남은…
오피니언 직설 접속사 없이 말하는 사랑 이슬아 작가 글을 다 쓰고 나면 처음부터 훑어보며 접속사를 지우는 연습을 한다. ‘그런데’ ‘그래서’ ‘그리고’ ‘따라서’와 같은 말들을 최대한 덜어낸다. 접속사는 문장과 문장 사이의 뉘앙스를 결정해버리기 때문이다. 두 문장의 관계를 섣불리 확정하고 싶지 않을 때마다 나는 그 사이의 접속사를 뺀다. 두 문장들의 상호작용을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지만 어떤 행간은 비워둘수록 더욱 정확해진다. 특히 ‘그러나’와 ‘하지만’처럼 앞에 오는 내용을 역접(逆接)하는 접속사를 남발하지 않도록…
공유하기 보기 설정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오피니언 직설 손이 달구어진 사람의 글 이슬아 작가 글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글쓰기만큼이나 재밌고도 난감한 일이다. 좋은 글이 왜 좋은지, 별로인 글이 왜 별로인지 명쾌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모두가 그 설명을 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글쓰기 교사라면 잘해야만 한다. 교사의 말이 학생들이…
공유하기 보기 설정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오피니언 직설 그리움을 더해 주는 디테일 이슬아 작가 우리는 그리움을 동력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때때로 글쓰기는 사랑하는 것들을 불멸화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글은 필연적으로 구체적이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대부분 대체 불가능하다. 쉽게 대체 가능하다면 그리움에 마음 아플 일도 없을…
오피니언 직설 반복되는 살처분, 더 나은 ‘반응’을 하자 이슬아 작가 책임감이란 무엇인가. 나로 인해 무언가가 변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내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비건 지향 생활을 지속하면서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아끼게 되었다. 지구가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는 일들이 아직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도 발생했다. 치사율 100%로, 돼지에게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감염된 돼지는 고열로 온몸의 혈관이…
오피니언 직설 쓰레기의 시간 이슬아 작가 쓰레기가 쓰레기인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내 손에서는 그랬다. 나는 쓰레기를 잠깐씩만 만져왔으므로. 더구나 쓰레기는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아직 쓰레기가 아니었으므로. 쓰레기란 내가 원하는 물질을 깨끗하게 감싸던 것. 손과 물건 사이의 얇고 가벼운 한 겹. 버리고 돌아서면 사라지는 기억. 그래서 아주 잠깐이었던 무엇. 그다음 단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잊은 쓰레기를 손으로 만지는 이들이다. 쓰레기와 관련된 어떤 노동자들은 밤에만 일해야 한다. 누군가는 쓰레기를…
오피니언 직설 소년의 마음으로 쓰는 소년의 글 이슬아 작가 박민규 작가가 말하길, 좋은 글은 두 가지로 나뉜댔다. 노인의 마음으로 쓴 소년의 글. 혹은 소년의 마음으로 쓴 노인의 글. 이건 투명한 밤하늘만큼이나 명료한 기준이며 그 나머지에겐 모두 아차상을 주겠노라고 그는 썼다. 나의 학생들이 소년의 마음으로 쓴 소년의 글에서 벗어나려는 순간을 종종 본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알아챌 수 있다. 어떤 얘기를 하려다 말 때. 말 못할 이유로 당장의 솔직함을 포기할 때. 남 탓만 할 수 없을 때. 가장 원망스러운 건 자기 자신일 때.…
오피니언 직설 문제 해결의 경험치 이슬아 작가 나의 학생들은 문제를 마주했던 순간에 대해 글로써 증언하곤 한다. 열 살 김지온은 이렇게 썼다. “5년 전 일이다. 침대 위에 앉아서 휴대폰에 딸린 조그마한 장식용 하트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 야광 하트가 좋아서 조금씩 입 쪽으로 가져갔다. 그러다 야광 하트는 내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가고 말았다. 순간 좀비 영화에서 다른 사람은 모두 도망치는데 나 혼자 좀비 떼에 물려 뜯기는 기분이 들었다.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이 왜 ‘아무거나 입에 넣지 마’라고 하는지…
오피니언 직설 주어가 남이 될 때 이슬아 작가 ‘나는’으로 시작하는 글을 아이들은 자주 쓴다. 일단은 자신이 주어인 문장으로 글쓰기를 배워나간다. 재작년에 열다섯 살이었던 김서현이라는 아이는 원고지에 이렇게 적어서 들고 왔다. ‘나는 모든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다. 또 나는 친구와 먼 산으로 가는 수다를 떠는 걸 좋아한다. 그러고 나면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고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느낌이 든다.’ 고작 세 문장이지만 나는 이 글의 화자가 조금 좋아지고 말았다. 누군가와 한참을 말하고 듣다가 해 지는 줄도 몰라봤던 사람만이 ‘먼…
오피니언 직설 쉬운 감동, 어려운 흔들림 이슬아 작가 비건 지향 생활을 해보니 이 시대의 영상들을 새롭게 감각하게 된다. 비건은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것뿐 아니라 나와 타자가 맺는 관계를 돌아보고 다시 설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만큼이나 무엇을 볼지에 대해서도 여러 고민이 생긴다. 유튜브 시대를 나의 글쓰기 수업에서도 실감하는데, 많은 아이들이 유튜브에서 본 영상에 대한 글을 써오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뮤직비디오나 먹방이나 게임 채널이나 ASMR을 소개하고 감상을 적는다. 그중에서도 나의 학생들이…
오피니언 직설 잡담과 간식 이슬아 작가 글쓰기 수업은 글쓰기 외에도 여러 요소로 구성된다. 글을 쓰는 시간이 주를 이루기는 하나 그 앞뒤로, 혹은 사이사이로 끼어드는 딴짓이 있다. 나는 그런 딴짓의 시간이 수업을 지속시킨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글쓰기란 안 하는 게 더 편한 일이다. 귀찮음을 극복해야 시작할 수 있다. 무엇이 아이들의 귀찮음을 무릅쓰게 만드는가. 나의 오랜 탐구 주제였다. 수업을 시작하면 입을 쭉 내밀고 토라진 얼굴로 앉아있는 아이가 보인다. 집에서 가만히 쉬고 싶어서 꾀병을 부려 보았지만 부모님께 통하지…
오피니언 직설 탄생과 거짓말 이슬아 작가 우리는 이야기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남에게 들은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이 한 이야기 때문에 달라지기도 한다. 때때로 글쓰기는 본인에 관한 농담과 거짓말을 지어내는 일이다. 과장하고 축소하고 생략하고 점프하고 덧붙이며 스스로를 위한 진실을 세공한다. 2015년의 어느 글쓰기 수업에서 내가 아는 탄생 설화 중 몇 가지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한라산에 걸터앉아 제주도를 창조한 설문대 할망과, 알껍데기를 깨고 태어난 주몽과, 갈라진 제우스의 머리에서 황금 무장을 한 채 등장한 아테나의 이야기…
오피니언 직설 믿어지는 문장들 이슬아 작가 특별한 준비 없이 글쓰기 교사가 되었다. 아이들은 심드렁한 얼굴로 내 수업에 와서는 엄청나게 재밌는 글을 완성하고 집에 돌아갔다. 그들이 쓴 게 왜 재밌는지, 어떻게 좋은지 정확하게 칭찬해주고 싶어서 나는 책을 많이 읽었다. 좋은 문장의 근거를 생각할 때 자주 다시 읽은 책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다. 이 소설에는 작문 연습을 하는 어린 쌍둥이가 등장한다. 전쟁과 가난 때문에 그들에겐 선생님이 따로 없다. 둘은 부엌 식탁에 앉아 서로에게 글감을 내준다. 그…
오피니언 직설 나의 어린 스승들에 관하여 이슬아 작가 아파트 단지에 전단을 붙이며 돌아다니던 날이 있다. 어린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고 적어놓은 전단이었다. 교사를 소개하는 난에는 내 이름과 전화번호와 경력을 적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잡지사에서 근무했고 작은 문학상에서 작은 상을 탄 사실을 적었으나 미더운 글쓰기 교사로 보이기엔 충분치 않았다. 사실 이제 막 스물세 살이 된 참이었고 카페 알바만으로는 월세를 감당하기가 벅찰 뿐이었다. 가르치는 일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다. 그저 이야기를 듣거나 글을 읽는 것이 좋았다. 뭐라고…
오피니언 이슬아의 갈등하는 눈동자 그리움으로 해내는 일들 입력 2023.07.03 03:00 이슬아 작가 이 나라에서 내가 배우는 것 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사람들이 그리움으로 무얼 하는지.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를 가슴에 품은 채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헤엄출판사 대표 사랑하는 친구가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미 수술실에 들어간 터라 친구 휴대폰의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전화기가 켜지기만을 기다리며 친구의 부드러운 밤색 피부를 떠올렸다. 뒷산을 성큼성큼 오르는 두 다리와 자주 엉키는…
오피니언 이슬아의 갈등하는 눈동자 기후위기 시대에 마음을 돌본다는 것 이슬아 작가 어떤 날엔 쉬이 잠에 들지 못한다. 너무 많은 생각 때문일 것이다. 앞날을 그리다 보면 그렇게 된다. 몇년 후, 혹은 몇십년 후가 두려운 건 내 삶의 필수 조건들이 나빠질 게 분명해서다. 홀로세를 지나 인류세로 접어들어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의 생태적 운명을 콧노래하며 낙관하기란 어렵다. 나에게 미래란 기후위기와 떼어놓을 수 없는 무엇이다. 그런 밤엔 나처럼 잠 못 들고 있을 것만 같은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프랑스 서점 매대에서 저널리스트 로르…
오피니언 이슬아의 갈등하는 눈동자 당신과 다시 싸우기 위하여 이슬아 작가 격투 경기에는 늘 패자가 있다. 아니라면 승자도 없을 것이다. 승자에게만 마이크를 쥐여주는 대회를 나는 보지 않는다. 격투기의 본질은 때때로 패자의 인터뷰에서 더욱 생생히 읽힌다. 1년 전 국제격투기 대회인 UFC에서 볼카노프스키에게 패배한 정찬성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말했다.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고. 나는 챔피언이 될 수 없다고 느낀다고.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면서 그는 말끝을 흐렸다. 그의 몸은 피와 땀과 눈물로 뒤덮여 있었다. 세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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